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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고의 발생을 숨기고 보험기간변경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보험계약의 효력
게시번호 79 판결년도 2005-09-15 사건번호 2005나11451,2005나11468 조회수 154
보험사고의 발생을 숨기고 보험기간변경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보험계약의 효력
(서울고법 2005. 9. 15. 선고, 2005나11451(본소), 2005나11468(반소) 판결
서울동부지법 2004. 12. 29. 선고, 2004가단42754(본소), 2004가단46961(반소) 판결)
판결요지
□ 보험계약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숨기고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의 변경을 요청하였고 보험자는 보험기간 기재가 잘못된 것으로 오인하여 변경합의를 한 경우, 위 변경합의는 보험계약자의 기망에 의한 것으로서 합의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 한편, 상법 제644조의 규정은 보험사고는 불확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보험의 본질에 따른 강행규정으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 규정에 반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계약은 무효임을 면할 수 없는바, 보험계약자는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내용의 변경합의를 한 것이므로 위 변경합의는 위 규정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
[서울고법 2005. 9. 15. 선고, 2005나11451(본소), 2005나11468(반소)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34,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4,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손해보험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도장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피고는 2000년경부터 수 십 차례에 걸쳐 원고와 사이에서 피고가 시행하는 각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되는 재해보상금액을 초과하여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보험계약의 체결과정을 보면, 통상 원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밝히는 피고로부터 보험의 대상이 되는 공사에 관하여 공사기간, 공사명, 도급금액 등이 기재된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송부 받아 공사기간 등을 토대로 보험료를 산출하여 이를 피고에게 알려주면서 그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 청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송부하여 주면, 피고가 보험계약 청약서의 내용이 하도급계약서 초안의 내용과 상이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그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료를 지급하고 원고로부터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를 첨부하여 정식의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다. 피고는 2004. 5.경 □□건설 주식회사(이하 ‘□□건설’이라 한다.)로부터 ○○시 ○○면 ○○리 202 외 14필지 지상 ○○여자중․고등학교 신축공사 중 도장공사와 잔여공사 중 도장공사를 각 하도급받고 위 나.항과 같은 방법에 따라 원고에게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할 뜻을 알리면서 그 하도급계약서 초안(갑 제1호증)을 송부하여 주었다. 이에 원고는 2004. 5. 11. 피고에게 위 하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공사기간 ‘2004. 5. 20. 24:00부터 2004. 12. 31. 24:00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는 별지 기재 각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의 청약서(갑 제2호증)를 송부하여 주었고,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료를 납입하고 원고로부터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를 이용하여 같은 달 12. □□건설과 사이에서 공사기간을 ‘2004. 5. 20.부터 2004. 12. 31.까지’로 하는 정식의 하도급계약서(갑 제4호증)를 작성하였다.
라. 한편 피고 소속 근로자인 이○○은 위 하도급계약서상 기재된 공사기간 이전인 2004. 5. 14. 08:00경 위 학교 신축공사 현장 행정실 변압기 설치예정지에서 이동식 비계 등 안전장비 없이 벽면 및 천장부분 도색작업을 실시하던 중 사다리에서 추락한 후 같은 날 15:26경 출혈성 뇌좌상 등으로 사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건설과 사이에서 위 각 하도급계약상의 공사기간을 ‘2004. 5. 11부터 2004. 12. 31.까지’, 계약체결일을 ‘2004. 5. 11.’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서(을 제3호증의 1, 2)를 다시 작성한 후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면서 보험기간의 변경을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달 17. 피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된 내용의 보험증권(을 제4호증의 1, 2)을 다시 작성 교부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본소 청구원인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은 ‘2004. 5. 20.부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보험기간 개시 이전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2004. 5. 17. 보험기간을 ‘2004. 5. 11.부터’로 하는 보험증권을 교부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숨기고 단순한 실수라고 속이면서 기간변경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보험계약은 보험증권의 기재와 상관없이 실제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체결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도 당초부터 실제 공사개시일인 ‘2004. 5. 11.부터’로 약정된 것이고, 피고는 보험료를 지급한 2004. 5. 11.부터 보험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았으며, 나아가 피고는 보험증권상의 보험기간을 ‘2004. 5. 11부터’로 정정할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모두 알리고 승낙을 받았으며, 그 후 원고로부터 위 보험기간 변경이 유효함을 전제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절차를 안내받기도 하였으므로 이로써 추인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결국 원고에게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반소로써 그 보험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 단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가. 최초 보험계약상의 보험기간 개시일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의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특히 기업 사이의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반복적 거래관계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해석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종래 수년간 보험료 지급 시기나 보험청약일과 관계없이 하도급계약상의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는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피고는 공사기간이 ‘2004. 5. 20.부터’로 기재된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원고에게 송부하여 주었고 원고로부터 이를 토대로 산정된 보험료를 통지받고 공사기간과 같은 보험기간이 기재된 청약서를 송부 받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보험료를 지급하였으며 그와 같은 보험기간이 기재된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정식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기간 역시 ‘2004. 5. 20.부터’로 기재한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보험기간을 ‘2004. 5. 20.부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였음이 분명하고, 나아가 피고가 실제 공사를 개시한 날부터 또는 피고가 원고에게 보험료를 지급한 때부터 위 보험계약상의 보험기간을 개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당초부터 보험기간의 개시일이 2004. 5. 11.로 약정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공사기간을 ‘2004. 5. 20.부터’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원고에게 송부한 것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항변하나, 앞서 본 보험계약의 체결과정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에게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송부하는 행위는 원고의 청약서 발송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할 뿐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보험계약 중 보험기간에 관한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피고 주장과 같은 착오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공사기간이 잘못 기재된 하도급계약서 초안의 송부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착오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착오에 해당하여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보험기간 변경합의의 효력
나아가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을 ‘2004. 5. 20.부터’에서 ‘2004. 5. 11.부터’
로 변경한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당초 약정한 보험기간이 ‘2004. 5. 11부터’가 아님은 위 가.항에서 인정한 바이므로, 위 변경이 보험증권 기재의 정정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제1심증인 이○○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의 사고가 발생하자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의 변경을 요청하면서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리지는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단순히 하도급계약서상 공사기간 기재가 잘못된 것으로 오인하여 위 변경합의를 하였으며, 만일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았다면 그와 같은 보험기간 개시일의 소급변경은 허용되지 아니하였을 것인 사실이 인정되고, 제1심증인 이○○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이는 원고 직원 이○○가 이 사건 소송에 앞서 피고에게 합의금액을 제시한 바 있었다는 피고 주장의 사정까지 종합하여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위 변경합의는 피고의 기망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한편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은 보험사고는 불확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보험의 본질에 따른 강행규정으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 규정에 반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계약은 무효임을 면할 수 없는바(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59064 판결),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내용의 위 변경합의를 한 것이므로 위 변경합의는 위 규정에 의하여 효력이 없음이 분명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변경합의 후 피고에게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행위를 한 바 있으므로 이로써 위 보험기간 개시일 변경합의를 추인하였다는 취지로도 항변하다. 살피건대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직원 이○○가 2004. 5. 18. 피고에게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안내하여 준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내지 피고의 기망 사실을 알면서도 위 변경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나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법 제644조는 강행규정으로서 위 변경합의가 그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원고가 이를 추인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원고의 보험금 내지 손해배상금 지급의무 존부
위 인정사실 및 판단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보험 계약상의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는바, 보험계약에서 정한 책임개시시기 이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는 그 보험자가 인수하지 아니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보험금지급의무가 인정될 여지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다시, 원고가 보험회사로서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기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설명을 하고 확인을 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 하였는바, 이는 보험업법 제102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보험회사는 그 임원․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종래의 거래관행에 따라 피고가 송부하여 준 하도급계약서상의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을 정하여 청약서를 송부하고 피고의 이의가 없어 그대로 보험증권을 발급하여 주게 된 것이라면 이러한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보험기간의 설명의무가 있다거나 손해배상책임을 질만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보험업법 제102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서울동부지법 2004. 12. 29. 선고, 2004가단42754(본소), 2004가단46961(반소)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손해보험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도장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피고는 2000년경부터 수 십 차례에 걸쳐 원고와 사이에서 피고가 시행하는 각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되는 재해보상금액을 초과하여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는바, 이는 통상 원고가 피고로부터 보험의 대상이 되는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송부받아 그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 청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송부하여 주면, 피고가 그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료를 지급하고 원고로부터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를 첨부하여 정식의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나. 피고는 2004. 5.경 ○○건설주식회사로부터 ○○시 ○○면 ○○리 202 외 14필지 지상 ○○여자중학교 신축공사 중 도장공사 및 위 학교 신축공사 잔여공사 중 도장공사를 각 하도급 받고 위 가.항과 같은 방법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계약을 체결할 뜻을 알리면서 그 하도급계약서 초안(갑 제1호증)을 송부하여 주었다. 이에 원고는 2004. 5. 11. 피고에게 위 하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공사기간 ‘2004. 5. 20.부터 2004. 12. 31.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는 별지 기재 각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의 청약서(갑 제2호증)를 송부하여 주었고,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료를 납입하고 원고로부터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를 이용하여 같은 달 12. ○○건설주식회사와 사이에서 공사기간을 ‘2004. 5. 20.부터 2004. 12. 31.까지’로 하는 정식의 하도급계약서(갑 제4호증)를 작성하였다.
다. 한편 피고 소속 근로자인 이○○은 위 하도급계약서상 기재된 공사기간 이전인 2004. 5. 14. 08:00경 위 학교 신축공사 현장 행정실 변압기 설치예정지에서 이동식 비계 등 안전장비 없이 벽면 및 천장부분 도색작업을 실시하던 중 사다리에서 추락한 후 같은 날 15:26경 출혈성 뇌좌상 등으로 사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건설주식회사와 사이에서 위 각 하도급계약상의 공사기간을 ‘2004. 5. 11.부터 2004. 12. 31.까지’, 계약체결일을 ‘2004. 5. 11.’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서(을 제3호증의 1, 2)를 다시 작성한 후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면서 보험기간의 변경을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달 17. 피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된 내용의 보험증권(을 제4호증의 1, 2)을 다시 작성․교부하였다.
[증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5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은 ‘2004. 5. 20.부터’로 약정된 것이므로 위 보험기간 개시 이전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보험금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2004. 5. 17. 보험기간을 ‘2004. 5. 11.부터’로 하는 보험증권을 교부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숨기고 단순한 실수라고 속이면서 기간 변경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보험계약은 보험증권의 기재와 상관없이 실제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하여 체결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도 당초부터 실제 공사개시일인 ‘2004. 5. 11.부터’로 약정된 것이고, 피고는 보험증권상의 보험기간을 ‘2004. 5. 11.부터’로 정정할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모두 알리고 승낙을 받았으며, 그 후 원고로부터 위 보험기간 변경이 유효함을 전제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절차를 안내받기도 하였으므로 이로써 추인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결국 원고에게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자함과 동시에 반소로써 그 보험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 단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가. 최초 보험계약상의 보험기간 개시일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의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기업 사이의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반복적 거래관계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해석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종래 수년간 하도급계약상의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으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는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는 피고는 공사기간이 ‘2004. 5. 20.부터’로 기재된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송부하여 주었고 이를 토대로 원고가 보험기간을 기재하여 청약서를 송부한 데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보험료를 지급하였으며 그와 같은 보험기간이 기재된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정식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기간 역시 ‘2004. 5. 20.부터’로 기재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보험기간을 ‘2004. 5. 20.부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였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당초부터 보험기간이 2004. 5. 11.로 약정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공사기간을 ‘2004. 5. 20.부터’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원고에게 송부한 것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항변하나, 앞서 본 보험계약의 체결과정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에게 하도급계약서 초안을 송부하는 행위는 원고의 청약서 발송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할 뿐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피고 주장과 같은 착오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공사기간이 잘못 기재된 하도급계약서 초안의 송부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착오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착오에 해당하여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보험기간 변경합의의 효력
나아가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을 ‘2004. 5. 20.부터’에서 ‘2004. 5. 11.부터’로 변경한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보건대(당초 약정한 보험기간이 ‘2004. 5. 11.부터’가 아님은 위 가.항에서 인정한 바이므로, 위 변경이 보험증권 기재의 정정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증인 이○○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기간의 변경을 요청하면서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리지는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단순히 하도급계약서상 공사기간 기재가 잘못된 것으로 오인하여 위 변경합의를 하였으며, 만일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았다면 그와 같은 보험기간 개시일의 소급변경은 허용되지 아니하였을 것인 사실이 인정되고, 증인 이○○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이는 원고 직원 이○○가 이 사건 소송에 앞서 피고에게 합의금액을 제시한 바 있었다는 피고 주장의 사정까지 종합하여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위 변경합의는 피고의 기망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한편 상법 제644조는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을 경우 보험계약의 당사자 쌍방 및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보험기간 변경 당시 적어도 피고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에 의하더라도 위 변경합의는 효력이 없음이 분명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변경합의 후 피고에게 보험금지급채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행위를 한 바 있으므로 이로써 위 보험기간 개시일 변경합의를 추인하였다는 취지로도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직원 이○○가 2004. 5. 18. 피고에게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안내하여 준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내지 피고의 기망 사실을 알면서도 위 변경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나아가 위 상법 제644조는 강행법규로서 위 변경합의가 그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원고가 이를 추인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원고의 보험금 내지 손해배상금 지급의무 존부
위 인정사실 및 판단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험 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다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기간을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보험업법 제102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보험자 및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종례의 거래 관행에 따라 피고가 송부하여 준 하도급계약서상의 공사기간을 보험기간을 정하여 청약서를 송부하고 피고의 이의가 없이 그대로 보험증권을 발급하여 주게 된 것이라면 이러한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게 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보험기간의 설명의무가 있다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볼만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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