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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은진 기자]
골프를 하다 뒷사람이 친 공에 맞아 다쳤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공에 맞은 사람에게 20%의 책임이, 공을 친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2003년 4월 경기도 용인시의 J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있던 장모(61)씨. 장씨는 8번 홀에서 퍼팅을 한 뒤 그린(green)을 벗어나고 있던 중 골프공에 맞아 이마를 다쳤다. 같은 홀에서 경기하던 정모씨가 친 공이 심하게 휘면서 장씨의 오른쪽 이마를 때린 것이다. 문제의 8번 홀은 시작점보다 그린이 높아 티박스에서 홀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기 때문에 공을 친 정씨의 자리에서는 장씨가 보이지 않았다.
사고 당시 장씨 팀의 캐디는 장씨가 퍼팅을 한 후 홀컵에 깃발을 꽂으며 뒤따라오던 정씨 팀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를 본 정씨 팀의 캐디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정씨에게 쳐도 좋다는 말을 했고, 그 후 정씨가 공을 쳐 사고가 발생했다. 다친 장씨는 골프장과 공을 친 정씨를 상대로 치료비 등을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골프장에 100%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사고 당시 정씨는 캐디로부터 공을 쳐도 좋다는 말을 듣고 쳤기 때문에 책임이 없고 캐디의 고용주인 골프장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씨에 대한 부분은 장씨가 항소를 하지 않아 정씨의 ‘무책임’이 확정됐다. 골프장측 책임 부분에 대해서만 양측이 항소했다.
31일 2심 법원인 서울고법 민사 2부(재판장 김경종)는 1심 판결을 깨고 “골프장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장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꾸물거리면서 일행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이동한 점을 들어 신속하게 그린을 벗어나지 않은 장씨에게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에 따르면 공을 친 뒤 즉시 그린을 벗어나 진입로를 이용해 이동함으로써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다음 팀의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장씨의 경우 캐디가 홀컵에 깃발을 꽂는 것을 보았으면 이는 경기 종료 신호이기 때문에 뒤따라오던 팀에서 공을 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신은진기자 [ 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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